블랙야크 100대 명산, 북한산 (주차장, 코스, 난이도)
- 등산/100대명산 로그
- 2021. 4. 4.
1주일에 한번만 인증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다니던 등산이 어느샌가 1주일에 2번 인증을 하는 수준이 되버렸다. 다만 오늘 등산은 정말 많은 것은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등린이, 산린이라면 북한산 인증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
일요일날 오전에 비가 그칠 것 같아서 갈 수 있을 때 가자라는 생각에 수많은 산들을 후보지로 올려놓았었다. 인증은 하지 못했지만 가봤었던 청계산을 갈지, 수락산을 갈지, 관악산을 갈지.... 고민을 하던 찰나 한번 어려운 산을 가보도록 하자라는 생각에 북한산을 선택하였다.
북한산이 난이도가 있다하여 수많은 후기들과 영상들을 섭렵한 끝에 주차도 무료이고, 나름 단기 코스인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선택하였다.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
백운탐방지원센터는 주차비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 다만 그러다보니 일찍 출발하지 않는 이상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후기를 보면 9시에 도착해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서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6시에 도착 하였다.
이미 어느정도 차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화장실을 가고 이제 등산을 해볼까? 옷매무새를 고쳐잡고 출발을 하려고 했는데 입산통제 푯말이 있었다.
비는 좀전에 그쳤지만 비때문에 그런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오늘 아예 안되는건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풀리는건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가 그냥 쓰윽 들어갔다. 아무래도 전날에 올려놓은 통제판을 치우지 못한것으로 생각되어 나도 출발하였다.
등산 시작
산에 사람이 없고, 새는 지저귀는데 내 트랭글에는 "멧돼지 조심"이라는 문구에 '아씨~ 멧돼지 만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괜히 일찍 왔나 사람들이 많을때 갈껄 그랬나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가면서 돌들로 이루어진 계단길 비스무리 한 것을 계속 건넜었다.
하루재까지 가는 길은 그냥 무난한 산행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하도 많은 계단산(마니산, 계양산 등)을 봐와서 그런지 이런건 이제 힘들지 않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확히 말해서 힘들지만 그때가 힘들어서 이건 힘든 느낌이 덜한다고 해야 하나...그냥 멧돼지만 나오지 마라라는 생각과 빗물때문에 미끈미끈한 돌들을 조심히 꾸역꾸역 전진하였다.
하루재 앞
하루재라는 것이 내 트랭글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당황스럽지만, 일단 걷다보니 하루재라는 곳에 도착했다. 다른 영상이나 블로그에서 보면 여기서 잠깐 쉬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런거 없이 그냥 가야 한다. 모든 곳을 통제해서 벤치같은 곳에 앉을 수가 없었다.
가다보니 이렇게 화장실이 나왔는데 나처럼 민감한 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공간이 없다. 사실 힘든것보다 장이 민감해서 제대로 못먹게되고 그래서 힘들고 이런 악순환이 있기 때문에 산에 화장실이 있는것만큼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없다 ㅎㅎ
인수봉과 인수암
하루재를 넘어서 걷다보면 인수봉이 보이고, 인수암이라는 법당이 나온다. 인수봉은 마치 어린 아이를 업는 듯한 모습이라 하여 인수봉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뭔가가 있는건지 법당도 있어서 기도를 하러 오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는 등반가들의 공통된 증언은 인수봉 정상에 돌탑이 있고, 올라가는 암벽에 마애불이 새겨져있다라는 것이다. 즉 분명 어떤 방법으로 맨손 암벽등반하여 올라간 이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 나무위키 인수봉 -
위키를 보면 암벽등반이 없던 시절부터 누군가가 인수봉에 올라가서 돌탑을 쌓고 마애불을 새겼다라고 나와 있는데 당시에 돌이 완만했는지 혹은 우리가 모르는 암벽등산 스킬이 있는지 아니면 오를 수 있는 무언가(ex: 넝쿨)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인수암을 좀 더 지나고 나오는 인수봉의 모습 사실 그냥 봉오리라고 하기에는 뭔가 있어보인다 그러니 법당이 있는거겠지만
초급 암릉 코스
내가 암릉을 많이 가본적도 없고 비교대상이 없지만, 북한산의 난이도는 확실히 여기부터라고 생각한다. 사실 암릉이 나오기 전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고 그냥 산 가는 느낌이었다면 한다면 로프가 나오는 순간부터는 이제 진정한 북한산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걷다보면 이렇게 또 계단이 등장해서 사람 기를 죽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계단산을 올라서 그런지 견딜만 했다. 그리고 계단위에서 보이는 풍경 기가 막히다 그쵸?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이는 백운산장이라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산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리모델링을 한 것으로 보이고 운영이 국가로 넘어가게 되면서 더이상 산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한다. 내가 간 시점에는 통제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쓰윽 훑어보며 넘어갔는데 아래와 같은 안타까운 기사가 있다.
1992년 화재를 겪은 백운산장은 1998년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았다. 국유지를 20년 사용한 뒤 2017년이 되면 국가에 산장을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시한이 도래한 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7년 7월 백운산장 소유주 이영구씨를 상대로 약속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올해 5월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논의 끝에 퇴거 시점은 12월 초로 합의됐다.
.....
리모델링된 산장 1층은 산악사진 전시나 안내·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특수산악구조대가 근무할 예정이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91202002800004
결국 하룻밤을 쉴수는 없고 특수산악구조대가 쉬는 장소로 변경된 듯하다 물론 간단하게 쉬는 것은 1층이랑 밖의 데크에선 가능한 것 같다.
백운산장을 지나고 백운봉에 다가올 때쯤 바위들이 점점 가파르고, 로프가 수시로 등장하는 점점 강도가 쎄지는 암릉 코스가 나오게 된다. 돌들이 날카롭고 빗물이 와서 미끄럽기도 하며 경사가 슬슬 가파러지기 때문에 로프에도 힘이 들어가게 된다.
얼굴 바위
이제 백운봉의 바로 전단계 얼굴 바위를 가는 길인데 여기에 코스가 겹치는 장소가 나온다. 다른 편에서 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만약 북한산을 또 가게 된다면 이쪽으로 한번 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좌측 사진은 얼굴 바위가 아니지만 내 눈에는 저 모습도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아마 얼굴바위의 사진을 안보고 갔으면 왼쪽의 모습을 얼굴 바위로 착각 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우측 얼굴바위는 정말 바위가 저런 모양인 것이 너무 신기할 정도이다. 누구는 스핑크스 바위라고 하는데 정말 스핑크스랑 닮은 것 같다.
이렇게 놓고보면 스핑크스 얼굴만 일부 떼다가 붙여놓은것 같다.
마지막으로 좀 아쉬워서 얼굴바위를 좀 더 가까이 찍었다. 저 코모양은...왠지 지석진같은... 그리고 얼굴바위를 올라오는데 암릉 구간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는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되었다.
백운대 정상
여긴 심지어 정상조차 무섭다.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실수로 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나같은 고소공포증과 사고를 상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여기 온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곳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이유는 사진을 찍은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고소공포증이 뭐에요? 거나 안전불감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올라오면서 왜 이렇게 북한산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적으면 "오버하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무서웠으며 만약에 한번 더 가라고 한다면 이번 보다는 잘 갈수는 있겠지만 처음 온 사람은 절대 날씨가 좋을때 왔으면 좋겠다. 바위까지 미끄러우니 정말 무서움이 배가 되었다.
백운대 정상 밑에 넓은 공간이 있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여기에 햇빛도 받고, 맛난것도 먹고 하겠는데 정상에 오니 온도가 -10도 정도 내려간 느낌이었다. 이미 이런 걱정 때문에 옷을 좀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도 약간 추웠다. 그래서 먹지도 않고 그냥 물 몇모금 마시고 풍경 좀 바라보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도 문제
사실 이 사진 한장을 보면 뭐가 무섭다는거지?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보다 경사가 더 가파르다. 저 줄이 없으면 내려가지도 못하고 그냥 쓰윽 미끄러져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즉 저 줄들과 쇠꼬챙이(?)들은 정말 우리에게 생명줄과 다름이 없다.
내려갈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에 시작전에만 찍었는데 몇몇 사람들을 슬슬 만나게 되었고, "그놈의 블랙야크 인증이 뭔지 여길 왜 오자고 하는거야?"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부인지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이 중년의 여성분은 중년의 남성분에게 하소연을 하였고, 남성분은 "산 잘 타잖아 왜 이래"라고 하니 "이렇게 위험한 곳은 싫어"라는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사실 나에게 등산은 하체가 후덜덜 거리면서 등산에 성공하는 느낌이 좋은데 북한산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하체가 힘들다는 느낌이 아니라 긴장과 공포와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하체 운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북한산보단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파른 암릉 구간을 지나면서 이제 긴장이 풀렸는지 중간 중간 로프 구간은 쓱쓱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어떤 산신령 같은 분은 암릉 구간을 그냥 등산스틱으로 올라가고 역시 등산스틱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낄정도였다. 무슨 거미에게 쏘였는지 어떻게 그렇게 올라가는지... 올라가는것도 신기하지만, 그런 겁없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저러다 사고나면 골로 가시겠지...
하산 완료
하산이 마무리 된 이후, 도산서원이라는 커피숍에 들렀다. 나에게 이제 하나의 루틴이 생겼는데 등산이 마무리 되면 카페모카와 빵같은 것을 먹는 것이다. 도산서원은 이름답게 빵 대신 떡을 판매했으며 카페모카와 인절미 합쳐서 8500원에 결제하고 이제 등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무리 하였다.
인절미를 오랜만에 먹는데 이렇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커피에 인절미를 먹으니 이것도 나름 낭만이 있는 것 같다.
리포트 및 코스, 난이도
사실 2시간 30분대에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천천히 갔고, 암릉 구간이 처음이다보니 너무 조심스럽게 간 것 같다. 날씨가 맑고 바닥도 물기가 마르면 2시간 30분안에 충분히 갔다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스는 이와같이 백운 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를 찍고 돌아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GPS의 궁극적인 문제일 수 있겠으나 가지도 않은 영봉과 인수봉의 배치를 획득하였다. (이런 개꿀이...)
난이도
여태까지 갔다왔던 산보다는 하체가 힘든 수준은 아니지만 (솔직히 하체가 힘든건 마니산이 더 빡세다) 암릉 구간 때문에 중상의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몸이 힘든게 낫지 이렇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은 왠만해서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난이도 : 3 (5점 만점)
현재까지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지 중 감악산보다 1점이 높은 점수를 줬다. 감악산은 2점(중하), 마니산은 1.5점(하), 용봉산은 1.3점(하) 였다면 북한산은 역시 괜히 북한산이 아닌것 같다. 물론 이 글을 1년 뒤에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네"라고 웃어넘길지도 모르겠으나, 확실히 지금은 북한산의 난이도는 중상 수준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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